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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경희 / 감정의 표상으로서의 초상사진

김영태

차경희 개인전 ‘시대의 얼굴, 멜랑콜리’ Review


2014-11-26 ~ 2014-12-06  

사진・미술 대안공간 SPACE22


감정의 표상으로서의 초상사진



초상사진은 초상화의 연장선상에서 사진사 초기인 19세기부터 등장한다. 예술을 위한 영역이 아니라 사진관 산업이라는 새로운 산업의 토대가 되는가하면 범죄자를 통제하기 위한 수단이나 신분증에 부착하기 위해서 초상사진이 사용되기도 했다. 또한 포르노이미지로 사용되는 경우도 있었다. 한편으로는 서구열강이 아시아, 아프리카 등에서 식민지를 개척하는데 필요한 자료로서 초상사진이 활용되기도 했다. 이처럼 초상사진은 19세기에 실용적인 목적으로 수용되면서 사진사에 기록되었다. 그 후 현대예술로서의 초상사진은 대부분 20세기 초반 독일의 사진가 아우구스트 잔더 August Sander가 독일인을 사회학적인 입장에서 계층별 혹은 직업별로 분류하여 기록한 사진이나 1960년대에 주목받은 미국의 여성사진가 다이안 아버스 Diane Arbus의 독특하고 기이한 느낌을 불러일으키는 초상사진에 원초적인 미학적 뿌리를 두고 있다. 그런데 세상에서 유통되고 존재하는 사진의 대다수가 초상사진이다. 또한 20세기 모더니즘사진의 한축을 이루는 저널리즘사진도 초상사진 혹은 인물사진이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초상사진은 이처럼 모델을 사회문화적인 관점에서 다루기도 하고 개개인의 내면세계나 개성을 표현하기 위한 수단으로 대상에 접근한 결과물도 있다. 아니면 저널리즘매체의 중요한 콘텐츠로 이용되고 있다. 사진가의 미학적인 태도를 비롯한 개별 작가의 표현의도에 따라서 결과물의 의미가 달라지고 다양한 의미로 해석된다.



푸른방 01, Pigment Print, 67x100cm, 2014


이번에 Space 22 에서 ‘시대의 얼굴, 멜랑콜리’라는 표제로 개인전을 개최한 차경희는 또 다른 관점에서 초상사진을 다뤘다. 전시장에 들어서면 두 가지 내용으로 분류 할 수 있는 인물사진이 전시되어 있는 것을 발견 하게 된다. 그 중에 한 시리즈가 침대가 놓여 있는 푸른 방에서 특정한 여성을 찍은 인물사진이다. 이 시리즈의 모델 중에 일부는 작가가 평소에 알고 있던 지인도 있고, 페이스북에서 작업의 표현의도를 설명하고서 동의를 구한 이후 모델로 선택한 경우도 있다. 작품 속 여성들은 작가의 설명을 듣고서 표정을 짓고 포즈를 취했다. 또한 의상도 작가가 자신의 의도에 부합되게 입도록 유도한 것이고 작가가 구해서 준 의상을 입은 모델도 있다. 전시 작품 중에는 무표정한 포즈로 인해 모델의 감정이 드러나지 않는 결과물도 있고, 모델의 감정이 격하게 표출되는 작품도 있다. 모델의 표정과 의상 그리고 포즈가 묘하게 어우러져서 언어나 문자로는 설명 할 수 없는 영역에 존재하는 감정적인 요소가 드러나 보는 이의 감정을 자극한다.


또 다른 시리즈는 흑백사진으로 찍은 인물사진인데 작품의 배경은 하얀색이다. 세상의 질서에 잘 적응하지 못하여 특정한 시설에 수용되어 있는 이들을 조금은 자유로운 태도로 찍은 결과물이다. 사진 속 인물들은 상당수가 카메라 렌즈를 응시하고 있다. 특별한 감정적인 동요가 느껴지지 않는 사진도 있지만 약간은 호기심어린 태도가 드러나는 인물사진도 있다. 이 시리즈는 한국사진사적인 측면에서 분석해보면 1970년대에 새로운 태도로 인물을 다룬 현재 60대 초반 이상 70대 이하 원로 사진가들의 인물사진에서 유사한 미학적인 관점을 발견 할 수 있다.


 작가가 이전에 두 차례에 걸쳐서 발표한 풍경사진에서는 사람은 배제되었지만 우리네 삶을 알레고리적으로 재현한 미학적인 태도를 발견 할 수 있었다. 또 이번에 발표한 인물사진도 최근작인 여성들의 초상뿐만 아니라 사회에서 격리된 인물을 찍은 초상사진에서도 이전의 풍경사진에 내재되어 있던 미학적인 요소가 느껴진다. 이처럼 작가는 사회적인 이슈 혹은 거대담론을 다루는 매체로서의 사진을 다루는 것이 아니라 인간의 원초적인 삶 혹은 내밀한 감정을 표상하는 수단으로서 사진을 수용하고 있다. 이지점에서 동시대적인 사진미학의 맥락과 만나게 된다. 이제 사진은 특별한 사회적인 담론을 확대 재생산하는 기능을 수행하기 보다는 예술가의 사적인 관점을 표현하는 수단으로 사용되어 새로운 예술질서를 만들어내는 매체로 인식되고 있다. 작가의 작품도 이러한 맥락에서 의미를 생산한다.



하얀 집 08, Pigment Print, 70x80cm, 2002


작가는 사진의 일반적인 미학적 특징이라고 정의 할 수 있는 기계적인 기록성을 적극적으로 수용하여 사실주의적인 결과물을 생산한다. 그 결과 다큐멘터리적인 요소가 드러나고 있기도 하다. 하지만 결과물을 전시하는 스타일과 태도에선 동시대 미술의 문법과 표현방식을 수용하고 있다. 결과물의 물성보다는 자신의 표현의도를 더 중요하게 여기고 있고 개념적인태도를 보여주고 있다.


현재 한국사진문화는 또 다른 과도기적인 상황을 지나고 있다. 2000년대 초반부터 10여 년 동안 미술제도로부터 사진이 각광받았고, 한국현대미술의 중요한 매체 중에 하나로 자리매김했다. 또한 아트 마켓에서도 유통되고 있는 주요 장르로 성공적으로 안착했다. 하지만 여전히 상대적으로 비주류 매체이다. 1960년대 후반이후 출생한 작가들은 이러한 예술의 지형을 제대로 파악하여 제도에 잘 적응하고 있다. 하지만 사진을 표현매체로 사용하는 작가들이 자유롭고 폭 넓게 활동 할 수 있는 환경은 결코 아니다. 이러한 현실을 극복하여 작가로서의 삶을 영위하려면 선배 작가들과는 차별화된 미학적인 태도와 활동영역을 확보해야 한다. 사진제도내에서만 머물러서 활동한다면 지속적으로 성장하는 작가가 될 수 없다. 어느 시점이 되면 한계점에 도달하게 될 것이다.  한국사진은 작가들이 꾸준히 작품 활동을 할 수 있는 사진제도내의 인프라INFRA가 너무나도 부족하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차경희도 앞으로 꾸준히 성장하는 작가로서의 삶을 살아가고 사진제도를 초월하여 예술사에 등재되는 작가 혹은 글로벌한 작가가 되려면 좀 더 창의적이면서도 국제적인 보편성을 갖춘 작품을 생산해야 한다. 그리고 다른 선배 작가나 동료 작가들처럼 사진계 내부의 작가적 서열에 안주하는 것을 경계해야 한다. 또한 지나치게 정치적인 행보를 하기 보다는 깊이 있는 학문적 태도를 바탕으로 작품의 완성도를 높이는데 에너지를 소진하는 것이 중요하다. 작가 차경희가 작가로서 좀 더 성숙한 삶을 살아가기를 기대하면서 글을 매듭짓는다.


김영태 사진비평 현대사진포럼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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